다니엘선장의 항해일지

지난 3일, 삼성동 모 호텔에서 "한컴오피스 2010"의 발표회가 있었습니다.
그 동안 오픈 베타 버전을 사용하기도 했었고,
한컴이 내 놓을 새 제품에 애정과 관심도 있었기에… 늦게나마 행사장으로 가 보았습니다.

그림 1. 한컴오피스 2010 신제품 발표회 홈페이지

결론부터 쓰지만,
이미 제목에서 이미 느끼셨겠지만,
정말,,, 왜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지경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한컴에 거는 기대는 분명
무언가 다른 오피스 프로그램…
이제껏 나와 있는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쉬트, 프리젠테이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무언가를 원했습니다.

개인적으로,
M$ 계열 프로그램들을 쓰기도 하고…
가끔, OpenOffice를 쓰지도 하지만,

가능한, 애플에 iWorks를 쓰는 이유도…
다른 프로그램과 다른 UI/UX를 비롯한 기능적인 면에서의 차별성 때문이었습니다.

솔직히, Page나 Numbers 는 M$의 Word나 Excel 보다 더 좋다고 하기는 힘듭니다.
(Excel은 가히 환상적인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M$가 만들지 않은 제품이니까… ^^))
하지만, KeyNote 하나 만으로도 iWorks를 쓰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그림 2. 새로워진(?) 한컴오피스 2010

이번 발표회에서 발표된 한컴오피스 2010의 특징은…
요약하자면,,,
M$ 오피스가 완벽하게 호환된다는 것 뿐 입니다.
그 밖의 기능들은 이미 M$ 오피스 2003부터 지원하고 있거나,
M$ 오피스 2007에서 지원하고 있는 기능들을 마치 새로운 기능인양…
한컴만이 할 수 있는 기능인양 포장했을 뿐이지요.

그래서…
결국 한컴오피스 2010의 가장 큰 장점은…
M$ 오피스와 흡사한 유사품을 M$ 오피스보다 싸게 쓸 수 있다는 것이랍니다.
이게 과연 3년은 준비한 대한민국 대표 오피스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컴이 이번에 의욕적으로 다른 모든 것에 차제하고
오피스 전문 회사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전략은 분명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오피스라는 제품이 기존의 1위 제품을 베끼고…
똑같이 만들거나, 완벽하게 호환할 수 있는 것으로 가겠다면…
그 길은 아닐 것 입니다.

지금 저는 M$ 오피스 2010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개발자용 베타버전이지만…
작은 것 하나 하나에 신경 쓰고, 새롭게 변모시키고자 하는 M$의 노력이 가히 가상해 보일 정도로…
날로 나아지는 것이 보입니다.

주로 쓰고 있는 iWorks는 정말 예쁩니다.
쓰는 인터페이스만 이쁜 것이 아니라,
만들어낸 문서도 너무 예뻐서… 프리젠테이션 자리에서 모두들 어떤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우리가,
아래아한글을 처음 쓰던 그 때를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당시에도 유사한 워드프로세서들은 많이 있었고,
더 큰 회사(당시 삼보 같은…)에서 한국형 워드프로세서를 열심히 보급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정부 공식 문서들은 이미 다른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으로 작성되어 있었고요.

그런데,,,
왜, 모두들 아래아한글을 썼었는지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다른 녀석들과 분명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보석글도, 나랏말싸미도 그냥 문서 작업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아니, 되려 익숙해 져있던 것들이라,,, 훨씬 더 편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아래아한글은 사용자 편의… 소위 지금 말하는 UX라는 것을 고민한 흔적이 있었고,
그런 것들로 사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싼 것 만으로 경쟁하는 피해의식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줄 수 있다면,
그 정도 투자는 할 수 있는 세대들이라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아래아한글과 이야기, V3가 성공을 거두었고,
이 척박한 시장에서 아이폰이 대박을 쳤으며…
애플의 고가 정책 속에서도 긴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라 믿습니다.

한컴 사장님의 말씀처럼…
이번 한컴오피스 2010이 이전의 아래아한글을 계승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 태어난, 완전 새로운 제품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으리라…
다음에 나올 한컴오피스는 M$ 오피스 호환을 위주로…
결국은 싸게 파는 떨이 상품이 아니라…
세계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오피스 문화를 창조 시킬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파는 소프트웨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